[2차 워크숍] 2. 픽사(Pixar)에서 온 편지 - 박석원 교수(성균관대)

발신 : 성균관대 영상학과 박석원 교수님 (전 픽사 레이아웃 아티스트)

 

우편함에 꽂힌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합니다. 편지를 꺼내 들면 봉투에 적힌 손글씨와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하고요. 손바닥만한 편지봉투를 열면 내가 들고 있는 건 단순한 종이 한 장이지만 그 때부터 펼쳐지는 보낸 이와의 추억과 공간에 대한 기억은 무한대로 펼쳐집니다.

 

픽사에서 약 7년간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활동하신 성균관대 영상학과 박석원 교수님이 전해주시는 이야기를 펼쳐보려 합니다. 지난번 1차 워크숍의 첫 만남에서는 한예종 전수환 교수님께서 픽사 대학의 영상을 소개하며사내 교육기관과 창의공간의 중요성을 말하셨는데요. 오늘은 픽사에서 내부 구성원으로 계셨던 박석원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더 자세한 내용들을공 유해보려 합니다.

 

“오늘(2011.10.5)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충격적이었죠. 픽사는 월트 디즈니의 영향을 70%정도 받은 것 같고, 스티브 잡스(실리콘밸리)의 영향을 30%정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픽사(Pixar) Pixel Art의 결합으로 월트 디즈니로 대변되는 예술정신과 실리콘밸리의 기술이 결합된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의 핵심 멤버는 이제는 추억 속에 자리잡은 스티브 잡스와 현 CEO인 에드 켓멀, 그리고 최고의 애니메이터이자 토이스토리 감독인 존 래스터입니다. 이 중, 존 래스터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픽사 대학의 역사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디즈니가 세운 칼아츠(Cal-Arts) 1회 졸업생으로 컴퓨터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을 갖고 디즈니에 취업했었습니다.

 

“픽사 대학은 월트 디즈니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엔 사람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을 때죠. 30년대초반에는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Animated cartoon이라고 취급을 못 받았죠. 1시간반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하이퀄리티를 뽑아냈어야 했죠. 그런데 당시 직원들은 대부분이 고등학교 졸업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디즈니에선 매일 밤마다 미술대학 교수를 고용해 3~4년간 직원들에게 강의를 했습니다. 백설공주를 만들 수 있게 한 엄청난 교육을 한 거였죠.”

 

“일반 직원 교육은 미술수업도 있고, 영화수업도 있으며 레크레이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밖에 나가기가 힘든데, 굉장히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죠. 연기, 프리젠테이션, 시나리오 등 다양한 수업을 배웠습니다. 직원들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게 점심시간 혹은 퇴근 이후에 수업이 배정되어 있어서 수업에 갈 때마다 뭔가 배움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죠. 다른 부서 직원들과 교류할 수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작업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픽사 대학의 역사와 분위기는 핵심멤버인 3인이 만나는 과정을 살펴봐도 알 수 있을 텐데요. 칼아츠의 1회 졸업생인 존 래스터가 디즈니에서 해고를 당한 후 조지루커스 필름 컴퓨터 그래픽 그룹에 합류해 애드 켓멀을 만나게 되고,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매진하던 조지 루커스 필름 컴퓨터 그래픽 그룹이 1986년 스티브 잡스에게 매각돼 오늘날의 픽사로 거듭나기까지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런 느낌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픽사를 이야기할 때창의적인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합니다. 기업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단어가 있다는 것은 그 기업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다는 뜻일텐데요. 픽사의 일원으로 있던 박석원 교수님은 픽사의 문화를 설명하면서 세 개의 단어를 이야기하시네요.

*가족 (Family)

“픽사 영화 속에 담겨있는 주제는 픽사의 문화입니다. <E>를 제작했을 때, 앤드류 감독이 파티를 열었는데, 150명 가량의 제작팀원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다 찍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파티 때 무대 위에서 그 사진을 하나하나 슬라이드로 띄우면서 한 명 한 명 소개를 하고, 감독이 직접 노래를 만들었는데, 일하면서 느낀 일상적 이야기를 가사로 만든거죠. <몬스터주식회사>에서는 프로덕션 스태프(모자 쓴 이들)와 아티스트(주인공)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는 픽사가 작업자(아티스트)를 가장 높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만큼 아티스트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잘 담겨 있죠. 우리나라 기업들은 직원 개개인을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지에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소통 (Communication)

“픽사 내의 소통은 매우 활발합니다. 돌려서 말하는 게 없습니다. 피드백을 굉장히 좋아하죠. 작품을 만들면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하고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회사 내 메신져(messenger@pixar.com)를 통해 직원들끼리도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비밀을 적게 하고 최대한 오픈하자는 것이지요. 100개 이상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있어 자유롭게 클럽 가입을 하고 활동하기도 합니다. 1주일에 최소 두 번 이상의 파티가 있어서 직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증진하기도 합니다.”

 

*협업 (Collaboration)

“픽사 영화의 거의 모든 엔딩은 비슷한 내용으로 마무리됩니다. 위험에 빠진 주인공을 여러 명의 친구들이 협동심을 발휘해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영화의 엔딩에 픽사 문화가 다 담겨져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픽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어느 극장 안에서<토이스토리 3>엔딩을 보던 때가 잊혀지지 않네요. 성인이 된 주인공 앤디가 장난감인 우디와 이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품으로 돌아온 장난감을 이웃집 꼬마에게 선물하며 말합니다.

 

“잘 가, 친구

 

이 장면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어른들이 많았는데요. 오히려 주 관람객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엄마, 왜 울어? 라고 묻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혹자는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평가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였던 시절을 거친 어른들이 지난 시절들을 파노라마처럼 추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픽사의 작품들은 감성적인 기술들과 창의적이지만 보편적인 추억을 말할 수 있는 스토리들이 많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픽사라는 기업이 가진 문화와 그 속의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교육을 받으며 만들어낸, 기업과 구성원의 협업 작품이 대중과 만나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낸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의 편지는 <토이스토리3>의 엔딩 대사를 빌려 픽사의 핵심 멤버였던 스티브 잡스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잘 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