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포커스] 영화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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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조슈아 마이클 스턴

몇 년 전, 스티브 잡스의 시대라해도 과언이 아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잡스가 입거나 걸치기만 해도 유행이 된 시기였다. 어떤 기업은 잡스가 입었던 검정 터들넥을 구입하여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그가 신던 운동화조차 잇슈즈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열기로 가득차서 그가 이루어 낸 업적, 그의 말, 그의 에피소드를 담은 책과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왔다. 그가 만들어낸 혁신은 실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혁신가로 예술가로 혹은 독설가로 수많은 수식어가 따르는 그를 영화로 만났다. 하지만 영화 <잡스>는 그의 이야기를 시계열적으로 나열할 뿐이었고, 영화적 재미나 그의 생애를 가득 채운 인문학, 예술, 문화적 사상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스치듯 나오는 것으로 위안 삼아야 했다. 원래 잡스는 아이브를 만나기 전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애플로 영입할 예정이었으나, 아이브를 만나 그의 재능을 알아본 후 그는 애플에서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영화에서는 잡스가 얼마나 디자인을 중요하시하는지에 대해 부연설명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부품 속까지 아름답게 정렬시킨 아이맥의 탄생과 그 둘의 예술적인 작업을 생생하게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독설가 잡스가 자서전에서 아이브를 애플에서 본인을 제외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며 극찬하는 내용이 퍽 인상적인데도 말이다.

 

지루하고 실망스러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눈길이 가는 것은 완벽에 가까운 캐스팅에 있다. 잡스 역의 애쉬튼 커쳐에게서 그동안 잘생긴 얼굴에 가려진 연기력을 볼 수 있는데, 야망에 가득 찬 눈빛과 어수룩한 걸음걸이, 듬성듬성한 머리 숱 까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그리고 애플의 공동창립자 워즈니악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빌 엣킨슨 등 실제 인물들과 배우들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스티브 잡스:더 로스트 인터뷰>

감독 폴 센

잡스가 넥스트를 운영 중이었던 1995, 애플 복귀 1년 전의 인터뷰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인터뷰에서 제록스와 IBM에 대한 그의 생각, 경영자들에 대한 비판, 애플에서 쫓겨날 당시의 상황 등을 이야기 한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제품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견해를 말하면서 제품에 문화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과 제품에는 통찰과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제품에 접목해야하는 것으로 인문학적 태도를 강조한다. 영화 <잡스>가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린 것이라면 이 인터뷰는 그의 카리스마와 솔직함, 비전과 열정 모두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 전쟁>

감독 마틴 버크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영화이다. 이 영화의 재미는 세기의 경쟁자들을 비교하며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기 빌 게이츠가 IBM에 가서 운영체제가 있다고 거짓말을 한 역사적 순간과 잡스가 제록스의 유저 인터페이스와 마우스를 본 순간을 매우 흥미롭게 담아내었다. 제록스의 임원들은 제품을 보는 눈이 없었고 여기서 잡스의 천재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피카소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