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om 해외사례연구] 유럽에서의 조직 내 예술적 개입

Artistic Intervention in Organizations in Europe

-       Arcom 신소영 연구원

 

*본 글은 ARCON 트렌드리포트에 게재된 글입니다

 

조직과 예술의 만남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역사 속의 위정자와 세력가, 지도자들은 그들이 뜻하는 바 대로 조직과 조직 안의 개인을 움직이기 위해 예술의 힘을 빌려왔다. 오늘날의 유럽 또한 재정위기와 유럽 경제의 구조적 약점을 돌파할 해결책을 예술에서 찾고 있다. 유럽 연합은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장기 비전을 지식과 혁신 기반의 스마트한 성장, 자원과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성장, 사회와 지역 결속력을 높이는 포괄적인 성장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을 드라이브할 예술의 잠재력을 자각한 움직임이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는 중이다. 이성과 논리가 아니라 복잡한 인간의 감정과 열정, 동기의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술은 기업을 비롯한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개인의 행동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예술의 핵심인 창의성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2000년대부터 이러한 예술과 기업을 비롯한 모든 조직을 연결하는 매개 단체들(Intermediaries)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하였으며(2013 3, Creative Clash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6개국 40개로 집계), EU 문화 프로그램에서는 2009년부터 유럽 내 예술적 개입의 매개자 간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Creative Clash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다년간 유럽 내 예술적 개입의 실천 사례를 연구해 온 독일사회과학연구소(WZB)의 안탈 박사에 따르면,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은 예술 세계의 사람, 실행, 생산물이 조직의 세계로 들어가서 개발을 지원하거나 촉발시키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예술적 개입은 예술가나 예술 단체가 기업, 기관 등의 조직에 투입되어 예술가와 조직원 간의 상호 작용 및 학습의 과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차원의 조직 개발을 일으키고, 또한 그 자체가 예술적 작업으로서 미학적 성취를 얻는 과정인 것이다. 이는 브랜드 구축이나 상품 개발을 위한 예술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이나 기업의 예술가에 대한 일방적 지원을 일컫는 스폰서쉽과는 다른 개념이다. 예술과 조직, 어느 한 쪽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예술과 조직이 전혀 다른 세계를 탐험하는 창조적 충돌(Creative Clash)의 과정을 통해 학습하고 공동 발전하는 과정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럽의 움직임과 맥을 같이하는 흐름이 국내에서도 2011년부터 문화부의 지원 아래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의 아르꼼(ARCOM) 사업을 통해 실험되고 있다. 본 기사는 아르꼼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유럽의 예술적 개입을 통한 창조경영 지원 사례에 대한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유럽 내 예술적 개입을 주도하는 틸트(TILLT)는 스웨덴 예탈란드 주 문화위원회가 위탁한 비영리 민간조직으로 1973년 설립되었다. 틸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예술이 창의성과 혁신, 인적 자원 개발을 돕는 주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예술가들을 기업이나 조직에 파견하여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시도를 벌여오고 있다. 틸트는 2012년까지 100개의 조직이 참여하는 연간 프로젝트로 성장하였으며, 인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로도 확장되고 있다.

 

연간 프로젝트 외에도 500여의 단기 프로젝트도 실행한 바 있다. 좋은 결과를 얻었던 많은 사례 중에서도 PAROC 그룹의 사례는 스웨덴 국영방송 뉴스에 소개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PAROC은 석재 단열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2012년 기준 총 매출액이 10억 천만 유로, 491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견 기업이다. 2006 PAROC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리더십을 기르고, 권한을 조직의 하부로 이양하는 등 HR 정책에 많은 변화를 꾀하고자 하였고, 공장의 업무 분위기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이를 위해서는 이전의 업무 훈련과는 다른 정말 새로운 액션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이에 시범적으로, 2개 공장에서 변화의 과정과 작업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수 있는 윤활제로 예술적 개입을 도입하였다. 배우이자 연출자인 Victoria Brattström는 조직원과의 첫 만남에서 충분한 소통을 통해 예술에 대한 불안과 회의를 종식시키고, HR 담당자 및 조직원과 연구팀을 이루어 내재된 문제를 발견하고 소통을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계획하였다. 극예술에 국한하지 않고 사진작가를 초청하여 촬영 기술을 배워 이를 공장의 일상을 기록하고 재발견하는 데에 활용하거나, 그림과 글쓰기 콘테스트를 열어 직원의 관심과 참여를 증진하고, “우리는 그것을 하고있다(We are doing it)” 라는 제목의 공장 안의 사람들과 일어나는 활동들을 조명하는 훌륭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예술적 개입의 과정은 대부분의 조직원에 의해 매우 높게 평가되었다. “기계 뒤의 사람을 보게되었다.”, “우리가 바퀴의 톱니가 아닌 사람으로서 만나고 소통하게 하였다.” 는 직원들의 증언처럼, 동기와 소통 능력이 굉장히 향상되었고, 새로운 의사소통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충성심도 향상되고, 열린 업무 환경이 조성되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성과는 생산 효율성이 24%나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PAROC은 이후에도 다른 장르의 예술을 도입하며 예술적 개입을 지속하고 있다.

 

남부 유럽의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스페인의 Conexiones Improbables(CI) 2000년대 중반부터 독자적인 방식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CI는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 지방을 중심으로 경제와 문화, 사회적 조직 간의 창조적 과정과 새로운 관계의 영역을 증진하고 있는 컨설팅 기업 C2+I(Culture, Communication and Innovation)의 주력 프로젝트이다. 기업, 연구소, 사회 조직 및 공공 기관이 예술가나 사회 연구자(Social Thinkers)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장단기 프로그램의 기회를 만들고, 이들 간을 매개하는 전문 기업이다. 각 협업 프로그램의 목표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한다. 기업의 창의성, 소통, 인력 개발을 위해 조직 모델을 재편하거나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을 연구 개발 하거나, 조직 내외부 고객들의 경험을 창출하여 사회와의 소통을 증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CI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기업의 규모와 니즈에 맞추어 9개월, 6개월, 2일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으며, 특히 최근에는 “Creative Pills”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중소 기업과 2~3회의 단기 세션을 통해 예술적 개입의 효과를 경험하고 프로토타입을 산출해내는 작업을 진행하여 지역 정부에게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지속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EkintzaLab” 또한 이러한 단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빌바오의 경제 발전 기구와의 협업에 의해 개발되어 매년 10개의 지역 중소 기업과 작업 중이다. 로펌, 문화 잡지사, 통역 회사 등 다양한 활동 영역과 동기의 기업들이 참여 중이다.

 

 최근 구글은 영국 지사의 새 오피스를 영국 최대의 예술대학인 University of Arts London의 본부인 Central Saint Martin이 위치한 킹스 크로스 역의 신 복합단지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uardian News & Media, MediaGuardian 과 같은 출판 및 미디어 기업도 이전을 완료한 상태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한 유행이나 지엽적인 흐름으로 보기에는 유럽 내 조직과 예술 간의 만남과 충돌, 상호 교류(Cross-Fertilization)는 지속적이고, 또한 의미있는 성과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제, 지식 경제의 시대를 지나 창조 경제의 문턱에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예술적 개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과는 다른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지닌 국내의 상황에 적합한 예술적 개입은 무엇인지 실행 사례 개발과 성찰의 과정을 통해 모색해나가야 할 때다.